(해당 글은 정식 검토를 거치지 않았으며 추후 Gairos 공식 홈페이지에 업로드될 리서치와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1. 그동안 Desci 섹터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이유
기존의 탈중앙화 과학은 직접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는 형태보다는, 정보 공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대표적으로 카자흐스탄 출신의 알렉산드라 엘바키얀이 만든 학술 데이터베이스 Scihub가 있습니다. Scihub는 출판된 논문들을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사이트입니다.
대학생이 된 현재는 기관 구독을 통해 대부분의 학술지에 접근할 수 있지만, 호기심이 많았던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여러 논문들을 찾아볼 때 Scihub를 이용했습니다. 돈이 없고 학생의 신분이더라도 관심 있는 논문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나중에 과학자가 되면 연구 활동을 하며 얻은 지식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구 활동에서 얻은 지식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왜 없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중요한 정보가 누설되면 다른 연구팀에서 논문을 먼저 출판하게 되고, 그러면 연구 성과를 상당 부분 빼앗기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다지 중요한 정보가 아니더라도, 긴 시간 동안 연구에 많은 노력을 하며 얻은 경험적 지식들을 동료 연구자가 아닌 타인에게 아무 대가 없이 알려주는 학자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2.Pump Science의 일부 한계점들
우선 가장 대표적인 프로토콜인 Pump.science를 살펴보겠습니다.
Pump.science의 공식 문서의 TL;DR 부분을 보면, 과학 연구는 너무 폐쇄적이며, 이를 개방해야 한다고 적혀있습니다.
실험 과정을 모두에게 공개하고, 인공지능과 로봇을 이용해 대규모 실험을 진행하며, 누구든지 과학 연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박사 학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토큰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과학자들에게 지원함으로써 연구비 조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로봇이나 인공지능을 이용한 고처리량 스크리닝(HTS, High-throughput Screening)은 이미 많은 연구자들이 하고 있기에 Pump.science만의 특징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고처리량 스크리닝 기법으로 개발된 약물들 중 FDA의 승인을 받은 것은 Sorafenib 하나뿐입니다) 검토 필요
실험을 보여주는 것도 큰 의미는 없습니다. 관련 분야 지식이 없다면 과학자가 실험하는 모습을 봐도 알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으며, Pump.science의 경우 페트리 접시 위의 지렁이가 움직이는 모습, 지렁이의 생존률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아주 단편적인 정보에 불과합니다.
다만 리팜핀(RIF)이나 유롤리틴 A (URO) 는 각각 항생제, 영양제로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는 성분이기에 어느 정도 검증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으며, 이 경우 약물 재창출 (Drug repositioning) 연구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크립토 씬과 비슷한 단점 중 하나로 FUD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ump.science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생명 연장이라는 분야는 돈이 많이 되는 분야이고, 사기도 많이 발생해 왔습니다.
피해를 단순 재정적 규모로 따졌을 때는 테라-루나 프로젝트를 비롯한 크립토 쪽의 여러 스캠 프로젝트 쪽이 압도적이지만, 약물의 경우 살아 있는 사람의 몸에 직접 투여되어 가역 및 비가역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비교 불가능한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영양제를 판매하기 위해 과장 광고를 하거나 거짓 정보를 유포, 심지어는 아무런 의학적 근거가 없는 유사과학을 가져다가 검증 없이 마케팅에 이용해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다수인 만큼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따라서 현재 검증이 완료되었고, 시중에 판매되는 여러 성분의 보충제들을 소비자들에게 싼 가격에 판매하고, 추적 관찰하는 연구를 지원하는 방식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공식 문서의 절차 부분에는 자금이 모이는 규모에 따라 지렁이부터 시작해서 곤충류, 설치류에게 임상시험을 한다고 나와있습니다.
제약회사들이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많은 돈이 드는 이유는, 어떤 화합물이 동물의 몸 속에서 하는 작용과 사람의 몸 속에서 하는 작용이 달라서 연구를 엎어야 하는 상황이 매우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더 복잡한 실험을 하려면 전문 연구자들의 관리감독은 필수불가결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생명과학 분야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항생제를 개발하다가 여러 종류의 약품에 내성을 가진 다제내성균(슈퍼박테리아)가 출현하거나, 유전자 변형 생물체가 실험실 외부로 유출되는 등의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3. 그럼에도 높은 성장 가능성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전언
다만 기존의 과학 연구가 지나치게 폐쇄적인 것도 사실이고, 안전 문제를 제외한 정보들은 공개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과학 연구의 윤리와 타당성, 안전의 관점에서 Pump.science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논조의 글을 작성했으나, 저는 이 프로젝트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규제 뿐만 아니라 경험이 많은 과학자들이나 신진 연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며, 검토에 참여한 연구자 혹은 공공기관이 투명성 보고서를 세밀하게 작성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얻어야 합니다.
Pump.science의 문서에 적힌 그대로, 연구비가 부족해서 원하는 연구를 마음대로 하지 못 하는 경우는 정말 많습니다. 과학 연구에 사용되는 장비나 시약 자체가 비싸기도 하고, 학문적으로 중요한 주제임에도 실용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연구비 지원을 받지 못 하는 주제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초 분야 연구는 연구 자체에도 비용이 많이 드는데 오랜 시간 동안 자본을 투입해야 성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지원을 받기 어렵습니다. 2024년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삭감으로 많은 실험실이 대학원생을 뽑지 않거나, 계획되어 있던 연구가 엎어지고 심지어는 기존에 있던 연구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등 연구 현장의 붕괴가 일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탄생한 이유는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분산원장이었으나, (사토시 나카모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암호화폐를 비롯한 가상자산들은 전반적으로 투기성이 매우 높은 편에 속합니다. 이는 앞서 말했듯 거짓 정보의 확산을 비롯한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지만, 국가나 기업의 도움 없이도 엄청난 규모의 자본을 투자받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이기도 합니다. 이는 제가 앞서 지적한, 연구 기자재 지원과 연구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필자 또한 Solana가 기술적으로 엄청나게 진보된 토큰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음에도, 커뮤니티 자체의 생명력의 매우 높다는 점에 오히려 감명을 받았는데, 이러한 저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돈을 벌기 위해서 아무 의미 없는 밈코인에도 투자하는 크립토 시장에서, 분명한 가치를 가진 과학 연구를 기반으로 한 토큰은 투기성을 줄이고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촉매가 될 것입니다.
잘못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국가에서는 이러한 탈중앙화 과학 연구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하며 DeSci DAO들은
탈중앙화 과학 연구를 위한 기초 지식 교육에 힘써야 합니다.
Written by Jinhyoung Ahn
Instagram: ajh_crypt